배달의민족 투자 유치로 보는 투자 단계
우리 삶속에 밀접하게 접해있는 대표적인 스타트업, '배달의 민족'을 서비스하고 있는 '우아한형제들'은 한국 스타트업 성장의 역사이다.
배달의 민족은 2011년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라는 엑셀러레이터(AC)에 3억 Seed투자를 받고, 5개월 만에 IMM, 스톤브릿지, 알토스벤처스 벤처캐피탈(VC)들에게 20억 Series A 투자를 받는다.
배달의 민족은 2010년 6월 창업이후 이러한 AC와 VC 덕분에 초기투자 덕분에 빠르게 앱서비스를 확장하여 우리 삶에 녹아들 수 있었고, Series C, D, E 후속투자 이후 딜리버리히어로에 기업가치 4조원대로 기업을 매각 (M&A) 하게 된다.
본엔젤스는 2011년 투자했던 3억원의 투자금액이, 2019년에 3000억이 되어 8년만에 1000배 수익을 거두게 된다. (link)
배달의 민족에서 볼 수 있듯이, 스타트업 투자가 초기자본이 부족한 유능한 창업자에게는 기회를, 초기투자자에게는 비교적 적은 투자금액으로 큰 수익의 가능성을 열어준다.
스타트업 투자란?
스타트업 투자라는 것은 일반 주식투자와 다를게 없다. 투자자가 자신의 돈을 스타트업에 주고, 스타트업의 지분을 취득하는 것이다. 즉, 창업자가 돈을 받고 자신의 주식을 파는 것과 동일하다. 창업자는 투자자에게 주식을 일부 넘기고 회사 주주명부에는 창업자 뿐만 아니라 돈을 투자한 투자자들의 이름도 들어가게 된다. 이를 '지분희석 (Equity Dilution)' 이라고 하며, 보통 시리즈, 후속투자를 진행할 때마다 새로운 투자자들의 이름과 지분이 주주명부에 들어간다. 아래 표는 이러한 투자금에 대한 지분희석과 지분가치를 잘 보여주는 표다.
노란색 음영부분에서 볼 수 있듯이, 스타트업이 잘 성장해서 유니콘 (기업가치 1조원) 기업으로 성장하면 모두가 부자가 된다. 특히 직원 관점에서, Series A이전에 스톡옵션 1%를 부여 받았으면, 스톡옵션을 행사하고 Exit (보유주식매도) 했을때, 약 70억원을 벌 수 있다. (세금, 수수료 제외). Employee입장에서 로또와 부동산 대박 이외에 계층 사다리를 옮길 수 있는 유일한 현실적 선택지라고 볼 수 있다.
Seed 투자자도 5억을 투자하여 650억원으로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물론 스타트업이 유니콘으로 성장할 확률은 매우 낮지만, 보통 Seed투자를 하는 엑셀러레이터는 아주 많은 초기 스타트업 여러 곳에 분산투자하여, 이 낮은 확률을 현실화 하려고 노력한다.
창업자는 자본금 1억원으로 시작했던 회사를 보유 지분가치 5900억으로 Exit 할 수 있다. 물론 유니콘으로 성장한 스타트업 창업자가 자신의 지분을 모두 파는 것이 굉장히 낮은 확률이다. 유일한 방법은 다른회사에 매각 (M&A)하는 방법인데, 이 또한 주주명부에 투자한 모든 투자자들과 대중의 시선을 계속 의식해야 하는 점이 있다. IPO (기업공개)를 하면, 주식시장에서 창업자가 자기 지분을 모두 파는 행위가 힘들다.
아래는 Seed부터 Series D 이후까지의 투자단계를 나타낸 글이다. 스타트업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이를테면 같은 Series B 투자유치 단계이더라도 투자금액과 투자유치목적, 기업상황 상이할 수 있다. 또한, 한국에서는 Series별 목적과 개념이 없이, 그냥 투자 받은 순서대로 A, B, C로 명명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따라서, 외국의 관련 아티클들을 참조하고, 필자의 경험과 리서치를 덧붙여 최대한 한국의 기준을 잡으려고 노력하였다.
Seed (5천만원 ~ 10억 투자)
한국에서 Seed 투자는 보통 5천만원 ~ 10억원 사이로 투자가 이루어진다. 미국에서는 5억 ~ 20억원 정도 된다. 보통 Seed 단계에서 투자받는 스타트업은 시장 기회 (Market Opportunity)를 찾은 단계, 혹은 유저반응을 이제 막 찾기 시작한 단계라고 볼 수 있다. 즉, B2C기업 기준으로 아직 돈을 많이 벌진 않지만 의미있는 유저트래픽을 확보했거나, 확보 중인 기업들이 이에 속한다. 이런 초기기업의 Seed단계 투자는 보통 엑셀러레이터 (Accelerator)들이 진행한다. 엑셀러레이터는 이때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것 뿐만 아니라, 스타트업이 잘 성장할 수 있도록 프로덕트 전략을 같이 고민해주기도 하고, 창업인프라 제공, 인적 네트워크, 후속투자 유치 등을 도와주기도 한다. 한국에 유명한 엑셀러레이터에는 프라이머,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본엔젤스파트너스, 스프링캠프, 스파크랩, 퓨처플레이 등이 있고, 미국에는 Y combinator, Techstars 등이 있다. 이들에게 인정을 받고 투자받으면 VC들에게 후속투자를 유치하기 굉장히 쉬워진다. 이런 엑셀러레이터들은 'Batch'프로그램이라고 해서 초기창업자들을 모아놓고 창업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하면서, 좋은 퍼포먼스를 낸 기업들에게 추가 투자도 진행한다. 대표적으로 미국 Y combinator에게 투자를 받은 한국 스타트업 중에는 Sendbird, 쿼타랩, 마크비전 등이 있다. 이들 모두 Series A 후속투자를 성공적으로 받았다.
Series A (10억 ~ 100억 투자)
Series A 투자유치 전은 유저반응을 발견하여 실질적인 지표 (KPI, Key Performance Indicator)가 나오는 단계이다. 따라서, 이러한 기업들은 매출, 사용자 수, 거래액 등 자신들의 비즈니스에 맞는 KPI를 고도화하고 확장을 위한 자금이 필요하다.
이 Series A 투자금은 기업의 성격에 따라 달리 쓰이게 되는데,
기술기업일 경우는 기술고도화를 위한 전문인력 확대 비용
플랫폼 기업일 경우는 바이럴과 시장형성을 위한 마케팅 비용
풀필먼트가 필요한 기업일 경우 기초설비 비용에 주로 쓰이게 된다.
이 단계에서는 엑셀러레이터와 벤처캐피탈이 혼재되어 투자되고 있는 시장이다. 엑셀러레이터가 Seed에 이어 후속투자를 하기도 하고, 엑셀러레이터의 소개를 받아 벤처캐피탈이 리드투자를 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스타트업에 알려진 대표적인 VC로는 소프트뱅크벤처스, 카카오벤처스, 한국투자파트너스, 알토스벤처스 등이 있다. 특히 우리가 흔히 쓰고 있는 Tech-savvy한 토스, 배달의민족, 직방, 마이리얼트립이 모두 알토스벤처스에서 Series A를 받은 회사이다.
한국시장에서는 Series A에서 흔히 10억 ~ 100억원 범위에서 투자가 이루어지고, 이 때 VC에게 10% 지분을 건넨다고 가정하면, 100억~1000억의 기업가치를 평가 받는 것이다. 따라서, Series A 투자유치가 많은 초기 스타트업들의 하나의 마일스톤, 목적지로 여겨지고 있고, 한국에서는 Series A를 받아야 10명이하인 극초기 스타트업을 벗어나, 외적으로 어느정도 궤도에 올라올 수 있는 발판이 된다.
그러나, Series A는 스타트업이 가장 많이 실패하는 스테이지라고 알려져 있어, "Series A crunch"라는 말이 있을 정도이다. 또한, 미국에서는 보통 스타트업의 80%가 망한다는 정설이 있다. 즉, Series A를 투자받고 망하는 기업이 많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망하지 않으려면), Series A에서는 이 투자받은 금액을 최대한 현명하게 잘 쓰고 운영하여, 폭발적인 지표성장 혹은 수익으로 이끌어 낼 수 있는 PMF(Product Market Fit) 를 찾아야, 그 스타트업이 계속해서 유지될 수 있다는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겠다.
Series B (50억 ~300억 투자)
Series B 투자유치 전은 스타트업이 PMF을 찾아 프로덕트가 1차적으로 안정화 된 단계라고 볼 수 있고, 보통 Series A에서 고도화 했던 KPI가 실제로 매출로 연결되는 시점이라고 볼 수 있다. 즉, PMF를 찾았으니 얼마만큼의 input money가 들어갔을 때, 그에 비례하여 output money (매출)이 발생하겠다는 projection이 보이는 상태이다. 이 단계에서는 적자를 내고 있는 스타트업이 많지만, 그 적자 또한 확장을 위해 어느정도 '계산된' 적자일 가능성이 높으며, 확장을 멈춘다면 BEP (Break Even Point)을 달성할 회사들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이러한 기업 상황을 잘 트래킹하던 Series A 기존 투자자들이 Series B에서도 후속투자 (follow-up)를 진행하는 경우가 많고, PMF을 이미 찾은 기업이라서 '기업의 존속'에 대한 불확실성이 많이 해소된 상태이기 때문에, Series A보다 비교적 높은 valuation에 투자받는 경우가 많다. 이 단계에서는 대부분 VC들이 투자를 집행하고, 한국 스타트업은 Series B에서 보통 50~300억 정도의 투자를 유치한다.
Series B 투자를 유치하고 투자금을 잘 활용해서 매출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스타트업은 더 이상 스타트업이 아니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다른 레벨에 도착한다.
Series C (200억 ~ 투자)
Series B를 투자받고 어나더레벨에 도착한 스타트업은 주력 프로덕트에서 꾸준한 성장을 보이고 있으며, 그 시장에서 영향력있는 플레이어가 되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그 어나더레벨 스타트업은 '시장을 어떻게 독점할까?' 아니면 '또 먹을 수 있는 시장이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하기 시작한다. 따라서, Series C를 투자받기 위한 회사는 M&A를 위한 자금, 혹은 기존 프로덕트와 연계된 새로운 프로덕트를 개발하기 위한 자금 등의 명목으로 투자유치를 진행한다.
이 때 주의할 점은, 투자를 진행하는 당사자 모두 (투자자와 창업자), 결과에 대한 'projection'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즉, M&A자금이 목적이면, M&A 인수대상 기업을 Series C 투자금으로 인수 했을 때 시장의 파이를 얼만큼 차지하게 될 지, 그 전체시장은 어느정도 규모이기 때문에 이 M&A가 향후 n년 후 투자금을 충분히 회수할 수 있을 만큼 남는 장사인지, 치열한 고민과 계산이 필요하다.
또한, 새로운 프로덕트를 시도하기 위해 Series C를 받는 스타트업이면, 기존인력을 바탕으로 Series A때 한 것 처럼 PMF검증을 충분히 해보고, 매출이 어느정도 발생하고 확장이 필요할 때, 그 때 받아야 한다.
이러한 M&A projection이나 신규 프로덕트 PMF검증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다음 단계 투자유치 그 자체가 목적이 되는 스타트업이 있다. 돈만 생기면 뭐든지 할 수 있겠다는 허상이다. 계산과 검증없이 투자받으면, 창업자는 지분만 뺏기고 성과에 대해 조마조마하면서, 이사회에서 불편한 사람들만 많아질 뿐이다. 자금에 대한 runway가 얼마 남지 않았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Series B를 잘 마친 정상적인 회사라면 이러한 부분을 염두해서 Series C를 진행하는게 좋을 것 같다.
Series D 이후, Pre-IPO, M&A, IPO
Series D 투자유치 전은 시도했던 프로덕트들이
1) Series C 투자금이 성공적으로 잘 사용되어 꾸준히 성장하고 있거나,
2) 기대에 못 미쳐서 기업가치가 깍이거나 그대로 유지되는 단계이다.
전자는 투자금으로 성장을 더욱 가속화하여 이제 슬슬 Exit (IPO, M&A 등)을 고려하기 시작하는 단계이고, 후자는 한번 더 투자유치를 받아 필요한 자금을 수혈하고 runway을 늘려 다시 value를 높일 기회를 찾으려는 목적이다.
많은 스타트업들 중에서 Series D를 받게 되는 스타트업은 아주 소수이며, 이 정도 되는 스타트업들은 이미 대기업과 같이 많은 인력과 운영시스템이 확보되어 있을 확률이 높다. 최근 Series D를 받은 대표적인 기업들은 정육각, 의식주컴퍼니 (런드리고), 뮤직카우, 트렌비, 브랜디, 데이원컴퍼니 (패스트캠퍼스), 버킷플레이스 (오늘의집) 등이 있다. 참고로 버킷플레이스는 최근 2300억 투자유치를 받았고, 2조 이상의 기업가치를 평가받고 있다.
Series D 정도 진행이 되면, 이전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이 투자금 회수 (Exit) 를 원하는 기간이 도래한다. 한국 VC들은 펀드를 결성할 때 보통 6~10년 정도의 만기를 생각하고 LP (Limited Partner) 에게 투자금을 끌어온다. 따라서, Series D정도로 커진 기업들은 이전에 투자했던 투자자들의 만기 회수 요구에 따라 M&A와 IPO를 준비하는 절차에 돌입하게 된다.
M&A (인수합병)은 말그대로 회사를 다른 회사에 팔아서 돈을 회수하는 것이다. 위 배달의민족 사례에서 다뤘듯이, 독일의 딜리버리히어로가 합병회사를 만들어 배달의민족을 4조에 인수했는데, 이 때 배달의민족에 투자했었던 투자자들 (본엔젤스, IMM, 스톤브릿지, 알토스, 골드만삭스, 힐하우스, 네이버, 테마섹, 세콰이아) 모두 투자금을 회수 할 수 있었다.
IPO (기업공개)는 회사를 주식시장에 상장시키는 것이다. 우리가 아는 쿠팡이 2021년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면서 시가총액 100조를 기록했고, '배틀그라운드'를 운영하는 크래프톤은 2021년 한국 코스피에 상장하면서 시가총액 22조를 기록했다. 쏘카는 2022년 상장하면서 시가총액 8600억을 기록했다. IPO도 마찬가지로 스타트업에 투자자했던 투자자들이 자금회수를 할 수 있는 대표적인 방법 중 하나이다. 기업을 주식시장에 공개하면서 회사가 주식을 새로 발행해서 시장에 내놓거나, 기존 주주들이 기존주식(구주)을 시장에 내놓으면서 공모투자자들에게 팔아 돈을 조달하는 방법이다. 이후 주식시장에 상장을 성공적으로 마치면, 기존 주주들은 우리에게 익숙한 주식어플과 HTS로 팔아서 현금화가 가능하다.
Pre-IPO는 보통 IPO를 하기 직전에 자금을 확보해 안정적인 재무구조를 만들어 상장요건을 충족하려는 기업과, 예상공모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빠른시간에 안정적인 수익을 거두려는 투자자들 사이에서 생기는 딜이다.
댓글